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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금까지 스포츠베팅으로… 미국 Z세대 52%가 경험했다

u_e8ff6cba 읽는 시간 약 6분

주식이나 펀드에 넣으려고 마련해 둔 돈을 스포츠 경기 결과에 베팅한다면 어떨까요.

미국 젊은 세대 사이에서 스포츠베팅을 단순한 오락이 아니라 돈을 불리는 하나의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특히 Z세대 투자자 가운데 상당수가 실제 투자 목적으로 마련한 자금을 스포츠베팅에 사용한 경험이 있다는 조사 결과까지 나오면서 금융업계와 전문가들의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Z세대 투자자 66%가 스포츠베팅 경험

투자자문 플랫폼 베터먼트가 지난 8월 실시한 개인투자자 조사에 따르면 미국 Z세대 투자자의 66%가 스포츠베팅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더 눈에 띄는 수치는 따로 있습니다.

응답자의 52%는 원래 투자를 위해 준비했던 돈을 스포츠베팅에 사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또 26%는 스포츠베팅을 자신의 장기적인 재무 계획 가운데 하나로 생각한다고 응답했습니다.

스포츠 경기의 재미를 위해 소액을 거는 수준을 넘어 일부 젊은 층에서는 베팅과 투자의 경계 자체가 흐려지고 있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주식과 베팅의 경계가 흐려진 이유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달라진 투자 환경이 있습니다.

과거에는 주식을 사려면 증권사를 이용하고 스포츠 경기 베팅은 완전히 다른 영역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주식 거래부터 각종 금융상품, 스포츠베팅과 예측시장까지 손쉽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화면을 몇 번 누르는 것만으로 돈을 넣고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합니다.

베터먼트의 행동재무·투자 담당 댄 이건은 이러한 환경 때문에 젊은 이용자들이 전통적인 투자와 스포츠베팅을 비슷한 금융 활동으로 받아들이기 쉬워졌다는 취지로 설명했습니다.

Z세대 온라인 베팅 활동도 빠르게 증가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소 자료에서도 젊은 세대의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Z세대는 다른 연령층보다 스포츠베팅을 투자 방법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약 두 배 높은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지난 7월에는 Z세대의 온라인 베팅 활동이 밀레니얼 세대를 처음으로 넘어섰으며 두 세대를 합친 비중은 전체 온라인 베팅 활동의 88%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 스포츠베팅 시장 자체가 빠르게 성장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2018년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 이후 각 주에서 스포츠베팅 합법화가 확대됐고, 최근에는 스포츠 경기 결과 등을 거래 대상으로 삼는 예측시장까지 등장하면서 접근 방식도 다양해졌습니다.

투자와 스포츠베팅은 구조부터 다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스포츠베팅을 투자와 동일한 방식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주식은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는 투자입니다. 기업이 성장하고 이익을 늘리면 장기적으로 기업 가치 상승에 따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반면 스포츠베팅은 경기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거는 구조입니다.

스포츠북 업체는 배당률에 수수료 성격의 비용을 반영하기 때문에 참가자 전체를 놓고 보면 장기적으로 투자 자산과 같은 방식의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실제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에서는 온라인 베팅을 이용하는 가구의 예금계좌 잔액 중앙값이 비이용 가구의 59% 수준으로 나타났습니다.

“짧은 시간에 큰돈”이라는 기대

젊은 층을 베팅과 예측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빠른 수익에 대한 기대도 꼽힙니다.

신용 관련 정보업체 배드크레딧이 지난 8월 실시한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4%가 추가 소득을 얻기 위해 예측시장 거래를 시작했다고 답했습니다.

문제는 큰돈을 번 사례가 손실 사례보다 훨씬 강하게 기억되기 쉽다는 점입니다.

누군가 몇 분 만에 수백 달러를 벌었다는 이야기는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하지만, 반복적인 베팅으로 더 많은 돈을 잃은 경험은 상대적으로 눈에 잘 띄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단기간의 성공 사례만 보고 베팅을 안정적인 수익 창출 방법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손실이 반복되면 일상생활까지 영향을 줄 수 있다

의료·중독 치료 전문가들은 베팅 규모가 커지고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추가 베팅이 반복될 경우 일상생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스포츠베팅 때문에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가 달라지거나 학교와 직장생활에 문제가 생기고, 베팅에 사용하는 시간이 학업이나 업무를 방해하기 시작한다면 단순한 오락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이에 따라 스포츠베팅 업체들도 이용자가 스스로 입금 한도나 이용 시간을 설정할 수 있는 기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투자’와 ‘오락’을 구분하는 것

스포츠 경기를 즐기면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에서 베팅하는 행위와 미래의 자산 형성을 목적으로 하는 투자는 출발점부터 다릅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부분은 Z세대가 스포츠베팅을 많이 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투자 목적으로 준비한 돈까지 베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스마트폰 안에서 주식 거래와 베팅이 비슷한 모습으로 제공된다고 해서 두 활동의 경제적 구조까지 같은 것은 아닙니다.

빠른 수익 가능성이 강조될수록 그 반대편에 있는 손실 가능성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결국 미국 Z세대 사이에서 나타나는 이번 현상은 새로운 재테크 유행이라기보다 투자와 베팅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흐려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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